2009년 6월 10일 수요일

전염병의 귀환

100년의 기회, 미래를 잡아라'라는 책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관련 글을 보다보니 본문에 좀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적어 놓은것 같아 떡밥 분쇄에 나서볼까 한다.

" 셋째로 항생제에 대한 세균성 병원체의 저항력이 증가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항생제가 듣지 않으면 이미 소문의 세계로 사라졌던 과거의 전염병들이 전부 되돌아올 수 있다. 콜레라, 결핵, 심지어 페스트까지 창궐할 수 있다." - 안드레아스 에쉬바흐, 「100년의 기회, 미래를 잡아라」, 리얼북, 214p

물론 터무니 없는 소리는 아니다. 기생충이 우리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쳐온 것 처럼, 우리 역시 기생충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쳐왔고 인간 생활은 수많은 기생충을 박멸해 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지만, 기생충이 살 수 있는 또 다른 터전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이 기생충에 대항해 싸워온 무기가 항생제 뿐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전염성 질환에 의해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를 현격히 떨어뜨린 장본인은 공중 보건 및 위생의 향상에 있었다. 특히 위의 글에서 예로 든 콜레라나 페스트는 더더욱 그러하다.
Vibrio cholerae에 의해 걸리는 콜레라는 물로 전파되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상하수도의 분리와 수도시설 및 공급되는 수돗물에 적절한 소독처리를 하여 콜레라에서 안전한 마실 물을 공급받게 되면서 수도시설이 갖추어진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질환이 되었다. 게다가 심하지 않은 콜레라의 경우 치료법은 항생제를 사용하기보다는 적절한 수분공급을 해주는 것이 우선시 된다. 페스트 역시 Yersinia pestis에 의해 일어나는 질병으로 흑사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질병은 쥐와 벼룩을 통해 전파되는데, 역시 이러한 전염 매개체가 우리의 생활에서 멀어지면서 보기 드문 질환이 되었다. 결핵의 경우에는 교육과 함께 항생제가 큰 역할을 했지만, 다른 두 질병의 경우에는 다른 공중 보건의 발전이 질병의 쇠퇴를 가져온 예이다.



위 의 그래프는 미국에서 연간 감염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을 보여주는데,(1) 공중보건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기 시작한 19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줄어들어 항생제가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940년대에 이르러 이미 그 수가 크게 줄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좋은 예가 바로 메디나충이 다. 천연두 이후 두번째로 인간이 박멸해낸 질병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은 이 기생충 감염 질환은, 단순히 물을 걸러먹거나 끓여먹고 오염된 물에 접촉하는 것을 막는 교육 만으로 질병 퇴치를 이룩해 냈다. 즉 엄청난 기술력이나 뛰어난 약품 없이도 질병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기반이 된다면 특정 질환을 몰아낼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인 것이다. 물론 항생제가 감염성 질환을 물리치고 그 귀환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한것은 사실이지만, 항생제의 효능이 줄어든다고 갑자기 세계적 대재앙이 다가오거나 하는 일은 힘들것이라는 이야기이다.

항생제 저항성 병원균의 등장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만, 옳지 않은 사실로 필요없는 공포심을 조장하는 "숭고한 왜곡" 은 지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공포심 조장으로 이번 H1N1 독감 사건 처럼 쓸데 없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의 소모가 일어나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미래를 예측 한다는 사람이 논문까지는 아니어도 위키 정도는 찾아보고 글을 썼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Reference:
1. Armstrong GL, Conn LA, Pinner RW (1999) "Trends in infectious disease mortality in the United States during the 20th Century."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281, 61–66.

3 개의 댓글:

  1. 글만 엮어놓고 가셨길래, 방문해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본 책도 저에게는 무척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에도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안부도 전하며, 소통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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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 '100년의 기회, 미래를 잡아라' - 안드레아스 에쉬바흐
    공식 입장은 아닙니다만, 대한민국 최초의 메타블로그로 그 서비스를 시작했던 "블로그코리아(blogkorea, 이하 '블코')"에 대한 저의 애정은 남다른 편입니다. 이에는 물론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채널들을 통하여 기존의 블로거들 뿐만 아니라, 초보 블로거들까지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각 카테고리를 통하여 유명 블로거와 저력있는 개인 블로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융합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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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초하 - 2009/06/10 14:19
    http://fiatlux.egloos.com/

    본래 이글루스에서 블로그를 운영 중입니다. 원래 포스팅한 글에 자그니님이 초하님의 글을 링크해 주셔서 염치없이 엮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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