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1일 목요일

차도살기생충(借刀殺寄生蟲)

이전 '적의 적은 나의 친구다.' 라는 포스팅에서 많은 곤충들이 필수 공생관계에 있는 박테리아와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공생관계에 있는 박테리아들은 곤충에게 필수 영양소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다른 기생충의 감염에서 방어해주기도 하며 대사력을 증진시켜주기도 하는 등 곤충의 생활에 필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생각했다. 곤충을 직접 죽이다보면 저항력도 금새 획득하고 오히려 다른 이로운 곤충까지 피해를 입는 등 여러가지 폐해가 많다. 그렇다면 이 필수 공생관계에 있는 박테리아를 공략하면 어떨까. 이름하야 차도살기생충지계(借刀殺寄生蟲之計)!!



체 체파리 처럼 사람의 피에 전적으로 모든 영양원을 의존하는 곤충의 경우 여러 필수영양소가 결핍된다. 따라서 이러한 영양소를 제공해줄 수 있는 공생 박테리아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예는 다른 동물들에서도 많이 보이는데, 수액만 먹고 사는 진드기라던지 특정 개미에게 부족한 아미노산과 비타민을 공급해주는 박테리아들이 있다. 또 소의 위장에서 섬유질의 소화를 돕는 박테리아 역시 좋은 예이다. 이처럼 필수적인 박테리아를 죽인다면? 곤충 역시 필수 영양소 결핍으로 비실비실해지거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체체파리는 아프리카에서 수면병을 옮기는 매개체로 연간 수만명이 아프리카에서 이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공생 관계에 있는 박테리아의 종류를 바꿔치기 하거나 그 특성을 조절하여 이러한 질병 매개곤충의 수명과 전염력, 생식력을 크게 낮추었다고 한다.(1,2) 이 연구에서는 공생관계에 있는 박테리아의 독성을 높여 이전에는 공생관계에 있던 곤충을 죽이거나 약하게 만드는 말그대로 차도살기생충계를 보여주고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소가 닭보듯 하던 공생 박테리아를 타겟으로 질병에 대한 새로운 공격방식을 제시하고 있는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박테리아와 곤충이 평형을 이루어 서로 공생관계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에 현재 사용중인 살충제나 다른 생물학적 방제 작업, 그리고 질병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이루어낼 수도 있는것이다. 또한 이러한 연구는 비단 체체파리 뿐만 아니라, 일단 개발된다면 다른 공생 박테리아를 가진 대부분의 곤충에 적용하여 널리 사용할 수 있고 일반 기생충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기생충을 직접적으로 노리기 보다는 공생관계에 있는 필수적인 다른 생물을 동시에 공략함으로서 특정 구제방식에 기생충이 손쉽게 저항성을 획득하는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Reference:
1. Aksoy S, Maudlin I, Dale C, Robinson AS, O’Neill SL (2001) Prospects for control of African trypanosomiasis by tsetse vector manipulation. Trends Parasitol 17: 29–35.
2. Brownstein JS, Hett E, O’Neill SL (2003) The potential of virulent Wolbachia to modulate disease transmission by insects. J Invertebr Pathol 84: 24–29.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