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3일 월요일

교과서 오류 시리즈: 상리공생과 악어새



공 생 관계에 있는 각각의 동물들이 모두 이익을 얻는다는 상리 공생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을 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는 아마 역사상 가장 오래된 상식 속 생물학 오류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는 그리스 역사가인 헤로도토스(기원전 484?~기원전 425?)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록을 보면 악어새가 악어의 입을 들락거리며 악어의 이빨에 끼인 여러가지 찌거기들을 청소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악어는 악어새가 이빨을 청소해 주어서 좋고, 악어새는 악어 입 주변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으므로 서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인데, 사실 지금까지 악어와 악어새가 이러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한번도 과학적으로 입증되거나 확실히 목격되어 정식 기록으로 남겨진 바가 없다. 즉 기원전 400년대에 만들어진 이야기가 지금까지 상리공생의 대표적인 예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무려 2500년이나 묵은 오류인것이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코모도드래곤 부터 개까지 입 안에 병독성 강한 박테리아를 주렁주렁 달고도 멀쩡히 잘 살아가고 오히려 그것을 사냥에 이용하기까지 하는데다 다른 이빨있는 동물들은 저런 '치과의사'없이도 잘만 살아가는데 악어라고 해서 달리 저런 공생관계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턱을 주로 사용하여 사냥을 하는 악어의 경우 이빨과 턱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공생관계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가정해 보더라도, 오히려 악어의 경우 이렇게 이빨의 중요성 때문에 평생 50회 이상 3000개 이상의 이빨을 교환하므로 딱히 치과의사가 필요할것 같지는 않다.

사실 공생 관계에서 상리 공생 관계인지, 편리 공생 관계인지, 아니면 기생 관계인지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다. 각각의 생물이 살아가는데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서로 밀접하게 관계하는 두 생물 사이에 모든 관계를 정량적으로 측정해서 어느쪽이 이득을 얻고 어느쪽이 잃는 것이 많은지를 알아내는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보는것이 옳겠다. 또한 이러한 공생관계는 외부적 압력을 통해 안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부적 압력이 사라지면 서로의 이익을 향해 나아가면서 공생관계가 무너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몇몇 예를 보도록 하자. 고래의 몸에 붙어 이동성을 얻는 따개비는 편리 공생의 예 중 하나이다. 고래에게 따개비는 해를 입히지 않지만, 따개비는 고래를 통해 먼거리를 손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히 들여다보면 과연 따개비가 고래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따개비는 선박에서도 큰 골칫거리다. 배의 아래에 달라붙어서 마찰을 높이기 떄문에 연료 소모를 늘리고 배의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선박들은 따개비가 붙을 수 없는 페인트를 바르는 등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고래라고 다를리 없다. 고래의 몸체에 붙은 따개비는 필연적으로 물과의 마찰을 높이게 될것이고, 장기적으로 고래의 에너지 소모를 높이고 포식자에게 쫓기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따개비와 고래의 관계는 기생관계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편리 공생의 관계로 보아야 할까.

아프리카 사하라에 서식하는 코뿔소와 찌르레기(red-billed oxpeckers) 역시 대표적인 공생관계의 예로 꼽힌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찌르레기는 코뿔소를 비롯한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다양한 포유동물에 서식하는 진드기를 잡아먹어 외부 기생충 감염을 줄여주고, 자신은 비교적 덩치가 큰 동물에 자리 잡아 포식자를 피할 수 있는 공생관계의 대표적인 예로 많이 소개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사실 일견 공생관계처럼 보이는 찌르레기와 코뿔소의 관계는 사실 찌르레기가 코뿔소에 기생하고 있는것에 가까운것이 아니냐는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오랜기간에 걸쳐 찌르레기의 식습관을 관찰했는데, 찌르레기가 가장 선호하는 음식은 피이며, 다른 외부기생충들을 잡아먹는 시간은 동물의 상처를 헤집에 피를 먹는 시간에 비하면 현저하게 떨어지는것이 관찰되었다. 외부 기생충을 먹는것 역시 외부 기생충 안에 풍부한 혈액을 먹기 위한것이 아닐까 의심되었다. 또한 외부기생충을 잡아먹고, 그 기생충들이 만들어놓은 상처를 다시 헤집어 피를 마시면서 그 상처에 다시 외부기생충이 꼬이는 악순환을 반복시켜 자신의 먹을거리가 항상 유지되도록 만든다는것 역시 발견되었다. 물론 외부기생충이 옮길수 있는 각종 질병을 생각해본다면 다소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기존에 우리가 믿어왔던것 처럼 서로가 공생하는 관계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이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면에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이 숨어있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적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존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 사바나에 서식하는 개미와 아카시아 나무는 서로 상리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아카시아 나무는 일부로 가지 속을 비우고 수액을 흘려 개미들이 살곳과 먹을것을 제공해주고, 개미는 이 나무 근처에 다가오는 모든 생물을 공격해 나무를 초식동물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한다. 일견 아름다운 공생관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공의 적이 사라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1990년대 이후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대형 초식동물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개미와 아카시아의 관계가 극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한것도 이 무렵이다. 아카시아 나무가 위협을 느낄만한 거대 초식동물들이 적어지자, 아카시아 나무는 개미에게 자신의 수액과 공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어졌다. 따라서 잠차 나무들은 개미가 살 수 있는 속이 빈 가지를 만드는 것을 그만두기 시작했고, 개미들을 위한 수액 공급도 줄이기 시작했다. 개미라고 가만히 있을리 없다. 개미들은 아카시아 나무를 공격하여 속을 파내고 수액을 파먹기 시작했다. 이처럼 공공의 적이 사라지자, 이로인해 유지되던 공생관계도 무너져 버리게 된것이다.

반면 이제까지는 기생관계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숙주에게 이익을 주고 있는 관계도 밝혀지고 있다. 북아메리카에서 발견되는 일부 진딧물들 안에는 몇몇 종의 박테리아들이 공생하고 있다. 일부는 진딧물에게 필수 아미노산을 제공해 주는 등 이익을 주지만, 일부 박테리아는 그저 먹이만 축내고 있거나 20도 이하에서는 진딧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등 해를 입히는 존재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진딧물의 천적 중의 하나인 기생말벌이 진딧물 안에 알을 낳았을 때 이러한 박테리아들이 기생말벌의 알을 공격해 진딧물을 보호해 준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므로 진딧물은 여러가지 불리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러한 박테리아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에 단순한 편리, 상리 공생 관계로 설명하기에는 보다 복잡한 이면이 숨겨져 있음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아직 이러한 공생관계나 기생관계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는 연구는 이제 막 시작이므로 다 많은 기존의 상식들이 무너지고 또 새로이 정립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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