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4일 화요일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생충이 있을까.

기생충 글을 올리면서 여러번 받은 질문은 '대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생충이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린네가 무려 300여년 전 현대적인 의미의 분류학을 제창하면서(1) 지금까지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생물학자들이 힘을 합쳤지만, 아직도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생물종과 함께 살아가는지 제대로된 예측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대 지방의 포유동물이나 조류가 가장 잘 보고되어 있는 편이고, 열대 지방의 파충류, 절지동물류, 단세포 진핵생물들, 박테리아, 아키아, 바이러스 등으로 내려가면 그야말로 이건 총체적 난국이다. 그나마 지난 20여년간 생물종의 다양성을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열대지방 박물관에서 이쪽 분야 분류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250년 전 린네가 분류학을 제창했을때 유럽의 분류학자 숫자와 엇비슷할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열대지방의 생물종이 온대지방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지역적, 계통적 불균형은 우리가 전체 생물종의 추정치를 내는데도 큰 오차를 가져오게 된다. 게다가 현재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종의 정의' 자체가 불완전한데서 오는 오차 역시 상당한 수준일 것이다.



이 러한 다양한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위의 그래프는 린네 이후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생물종의 추정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가장 최근 추정치는 약 6백만종 가량으로 수렴되고 있다. 최근 기생충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생충의 분류에도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 졌는데, 현존하는 생물종 중 약 40% 가량이 기생충이거나 삶의 일부를 기생형태로 지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2) 적지 않은 수치이다. 추정치 약 6백만종 중 현재 보고된 종이 약 140만종인데, 지금까지 보고된 종 전체를 합치더라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기생충 만큼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종은 몇개의 기생충을 가지고 있을까? 사실 각 종의 크기나 생태, 방어능력과 생존환경에 따라 기생충의 부담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통계를 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기생충과의 관계가 제일 잘 연구되어 있는 포유동물과 조류의 예를 보자면, 포유동물의 경우에는 한 종에 평균 약 두종의 촌충, 두종의 흡충, 네종의 선충, 한종의 구두충(acanthocephalan)이 기생하며, 조류의 경우에는 한 종에 평균 약 세종의 촌충, 두종의 흡충, 세종의 선충, 한종의 구두충이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4) 이것은 해부학적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다세포 기생충만을 헤아린 것이고 혈액에 기생하는 단세포 기생충이나 바이러스, 박테리아등을 합치면 훨씬 더 많은 수가 될 것이다. 선충류(helminths)는 그나마 숙주에서 분리와 관찰이 쉽고 오래 연구되어온 기생충이라 잘 알려진 것이라 이만큼 알려져 있는데, 약 4만5천여 종의 척추동물에 기생하는 선충들이 7만5천종 이상이며, 지구상에 약 30여만종의 기생형 선충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5) 최근에는 'cryptic-species', 즉 외형적으로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유전적으로는 전혀 다른 종이 기존에 우리가 알던것 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기존에 단지 외형적으로 구분하던 한 종의 선충이 실제로는 아홉종이 넘는 종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등 기생형 선충의 다양성이 새로이 부각되고 있다. 선충의 이러한 다양성은 어떻게 생각하자면 우리가 가장 넓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던 곤충의 그것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다양한 기생충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 앞서 이야기 했다시피 기생충은 지구에 분포하는 다양한 생물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생태계를 유지하고 순환시키며 진화의 원동력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다양성을 이해하고 인정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생태계를 이해하고 보호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현재 생물관리의 중요성과 절박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생물종을 보호하는 것에서 벗어나 생태계를 자체 유지 가능한 형태로 관리하는 것을 궁극적인 '생태계 보호'의 모토로 삼는 현재의 정책에서는 이러한 기생충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해진다. 더욱이 생물 한종에만 하더라도 벌써 몇 종의 선충, 흡충, 촌충, 구두충 등이 기생하여 살아간다고 언급했다. 일부 기생충은 여러 종의 숙주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여러 기생충들은 단 한 종의 숙주에만 특화되어 살아간다. 만약 이 숙주가 급속히 멸종한다면? 숙주가 사라진 기생충은 자연히 사멸하고 말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다만 그 숙주와 기생충 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 기생충의 중간 숙주 역할을 하던 다양한 생물종들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생태계의 그물은 기생충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란색은 기생충 종이며 빨간색은 자유 생활 종인데, 생태계의 먹이 그물에서 약 75% 가량이 직간접적로 기생충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6) 또한 생태계는 우리의 생각들처럼 생산자가 일차 소비자에게 먹히고, 일차 소비자가 이차소비자에게 먹히며 단계가 올라갈수록 수가 줄어드는 단순한 피라미드 형태가 아니라, 기생충을 고려한 상태에서는 기생충이 생태계의 각 단계를 여러 숙주들을 통해 옮겨 다니며 계층 간격을 없애고 숫자 역시 자신의 피식자들을 뛰어넘는 정 반대의 모형을 보여준다. 또한 기생에 실패한 상당수의 기생충들은 자신이 기생하는 숙주의 면역계의 파괴되어 그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는 정 반대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기 때문에, 기존의 단순한 계층적 시스템으로 생태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크게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기존에는 기생충은 일부의 생활형태라는 상식을 뛰어넘어 오히려 기생형 생물들이 생태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으며, 생태계를 유지하고 그 구조를 형성하며 결속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또한 생물종의 멸종은 단순히 그 생물의 멸종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기생하는 수 많은 기생충들을 함께 멸종시키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자면 과연 생태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된다.



Reference:
1. Linnaeus C (1735) Systema Naturae: Sive Regna Tria Naturae Systematice Proposita per Classes, Ordines, Genera, and Species
2. Rohde K (1982) in Ecology of Marine Parasites, Australian Ecology Series, ed Heatwole H (Univ of Queensland Press, St Lucia, QLD, Australia), p 245.
3. Poulin R, Morand S (2004) in Parasite Biodiversity (Smithsonian, Washington, DC), p 216.
4. Poulin R, Morand S (2000) The diversity of parasites. Q Rev Biol 75:277–293.
5. Brooks DR, Hoberg EP (2000) Triage for the biosphere: The need and rationale for taxonomic inventories and phylogenetic studies of parasites. Comp Parasitol 67:1–25.
6. Lafferty, KD et al. (2008) Parasites in food webs: The ultimate missing links. Ecol Lett II:53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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