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3일 월요일

집은 적당히 더러운게 목숨에 좋다



일 부 무리지어 사는 진딧물들을 보면 자신들의 허물을 무리 안에 그대로 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허물은 생활 공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생말벌이 진딧물 무리를 찾아내는 지표 역할도 하는데 왜 이런 허물을 그대로 놔두는 것일까. 어머니가 자기 머문 자리는 항상 깔끔히 정리해 두라는 말씀을 귓등으로 흘려 들은걸까? 이것은 진딧물의 허물이 기생말벌의 지표가 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잘 벗어놓은 허물과 이렇게 허물을 정리하지 않은 집은 진딧물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생말벌이 진딧물 무리를 공중에서 확인하고 알을 낳으러 내려오는 과정에서는 진딧물과 허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진딧물 대신에 빈 허물을 움켜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즉 허물은 일종의 디코이로 작용하여 기생말벌이 무리 내에서 적당한 진딧물을 찾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진딧물이 무리지어 살아가는 것은 희석효과(dilution effect)를 위한 것도 크다. 이렇게 다량의 개체가 무리지어 있다보면 무리 내에서 음식이나 공간을 위한 경쟁이 일어나지만, 반면 각각의 개체가 포식자나 기생충을 만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개체로 있을때나 무리로 있을 때나 포식자가 개체를 찾아내는 확률이 별 다른 차이가 없을때, 그리고 포식자나 기생충이 숙주나 먹이가 무리로 있다고 해서 특별히 더 많이 잡아먹거나 공격도가 상승하지 않는 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포식자나 무리내의 개체간의 관계만을 보았을 뿐이지만, 최근에는 무리 내에 다른 환경적 조건을을 통한 디코이 효과(decoy effect)도 이러한 무리 형성과 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진딧물의 허물이 좋은 예다. 기생말벌은 진딧물 무리에 도착하면 진딧물을 더듬이로 더듬어 살은 통통한지, 알을 낳아 애벌레들이 걱정없이 자라날 수 있도록 크기는 충분한지 등을 확인한다. 만약 마음에 드는 진딧물이 없으면 새로운 진딧물 무리를 찾아 떠나는데, 만약 기생말벌이 허물을 더듬이로 더듬어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무리를 떠나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리 내에 허물을 남겨두고 우연히 기생말벌이 이 허물을 더듬어 본다면 나머지 진딧물들은 일정량의 보호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진딧물이 이렇게 한다고 집에서 옷 허물 벗어놓고 '언젠가는 이게 내 목숨을 구할거라니까?'라고 하시면 부인이나 어머니께 매우 아프게 혼납니다.

Reference:
1. Frederic B Muratori, David D Damiens, Thierry Hance and Guy Boivin, Bad housekeeping: why do aphids leave their exuviae inside the colony?. BMC Evolutionary Biology 2008, 8:338
2. Wilkinson MHF: Decoys in Predation and Parasitism. Comments on Theoretical Biology 2003, 8:321-338.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